왜 우리는 늘 자신에게만 엄격할까.
자기비판이 습관이 되는 과정과, 스스로에게 관대해지는 연습에 대해 이야기합니다.
[자기이해 시리즈 #3]
나는 왜 늘 스스로에게만 엄격할까
- 자기비판이 습관이 되는 마음의 구조 -

실수했을 때 가장 먼저 떠오르는 얼굴이 타인이 아니라 ‘나 자신’일 때가 있습니다.
누군가에게는 쉽게 건넬 수 있는 따듯한 위로도 나에게만큼은 유난히 인색해지고, 조금만 어긋나도 마음속에서는 곧장 냉혹한 판결이 내려집니다.
“왜 이것밖에 못 했어.”
“이 정도로 힘들어할 일이야?”
“다른 사람들은 다 잘하는데.”
이 말들은 처음에는 더 나은 성과를 내기 위한 의지처럼 보이지만, 어느 순간부터는 나를 몰아붙이는 '습관'이 됩니다.
1. 자기비판은 원래 ‘살아남기 위한 전략’이었습니다
처음부터 스스로에게 엄격한 사람은 거의 없습니다.
사실 그 이면에는 잘하고 싶었고, 실수하고 싶지 않았고, 누군가에게 실망을 안기고 싶지 않았던 간절한 마음이 있었습니다.
그래서 실수하기 전에 먼저 스스로를 검열하고, 부족해 보일까 봐 한 발 앞서 비판하고, 기대에 미치지 못했을 때 가장 빠르게 나를 단속하는 법을 배웠습니다.
이 방식은 한때 성장의 연료였고, 책임감의 형태였으며, 비난으로부터 나를 보호하기 위한 전략이었습니다.
하지만 이 목소리가 성장을 넘어 내부에 자리 잡아 '행동'이 아니라 '존재'를 공격하기 시작할 때, 우리는 점점 길을 잃게 됩니다.

2. 왜 타인에게는 관대하면서, 나에게만 야박할까
스스로에게 엄격한 사람들의 공통점 중 하나는 타인에게는 놀라울 정도로 관대하다는 점입니다.
상대의 사정을 먼저 헤아리고, 노력의 과정을 보려 하고, 감정의 무게를 존중하려 애씁니다.
그런데 왜 그 이해와 관대함이 자기 자신에게만은 허락되지 않을까요.
많은 경우 우리는 나 자신을 '존재'가 아니라 '성과와 역할'로 정의하기 때문입니다.

타인과의 관계는 '유지'해야 할 대상이지만, 자기 자신은 무언가를 '증명'해야 할 대상으로 여깁니다.
그래서 나에게만은 무언가를 해냈을 때만 허락되는 '조건부 친절'만이 남게 되는 것입니다.
3. 자기비판이 주는 위험한 안정감
자기비판을 멈추기 어려운 이유에는 그것이 주는 묘한 안정감이 있습니다.
- 방어기제: 내가 나를 먼저 때리면 남의 비판이 덜 아플 것 같다는 착각
- 실패 방지: 내가 기준을 높이면 실패를 피할 수 있을 것 같다는 믿음
- 성장 기대: 내가 스스로를 몰아붙이면 더 나은 사람이 될 것 같다는 기대
하지만 자기비판은 해결책을 알려주기보다 존재를 의심하게 만드는 경우가 더 많습니다.
“어디가 부족했지?"에서 “나는 왜 이런 사람인지?”로 질문이 바뀌는 순간, 비판은 성장이 아니라 정체성에 대한 공격이 됩니다.
그리고 비난받는 마음은 위축되고, 더 많은 실수를 만들어내는 악순환으로 이어집니다.

4. 자기관대함은 나태함이 아니라 ‘회복 탄력성’입니다
자신에게 관대해진다는 말을 들으면 많은 사람들은 걱정부터 합니다.
‘그러다 나태해지는 건 아닐까.’
‘핑계만 늘어나는 건 아닐까.’
'오히려 더 몰아붙여야 하는 건 아닐까.'
하지만 관대함은 기준을 포기하는 것이 아닙니다.
기준을 적용하는 방식을 바꾸는 일에 가깝습니다.
타인에게 하듯 과정을 보고, 맥락을 살피고, 지금의 상태를 고려해 나를 바라보는 것.
"왜 못 했어”라고 다그치기 전에 “지금 많이 지쳐 있구나”라고 상태를 먼저 읽어주는 것.
비난이 멈추고 관대함이 놓인 자리에 생기는 여유는 우리를 다시 움직이게 하는 진짜 동력이 됩니다.
이 차이는 행동보다도 회복에 더 직접적인 영향을 미칩니다.

버티는 삶에서, 이제는 돌보는 삶으로
늘 스스로에게만 엄격하다는 것은 의지가 강하다는 뜻이기도 하지만, 오랫동안 자신을 몰아붙이며 버텨왔다는 흔적이기도 합니다.
혹시 요즘 자신에게 유난히 말이 거칠어졌다면, 그 말 속에 담긴 '기대'보다 그 말을 하게 만든 '피로'를 먼저 살펴봐 주세요.
사람은 증명해야 할 대상이 아니라, 그 존재 자체로 사랑받고 돌보아야 할 존재입니다.
그 말은 다른 사람에게만이 아니라, 나 자신에게도 적용되어야 합니다.

스스로에게 엄격해지는 것은 성격의 결함이 아니라,
치열하게 살아온 시간들이 남긴 습관입니다.
이제 그 노력을
비난이 아니라 위로로 돌려주어도 좋겠습니다.
나는 왜 늘 스스로에게만 엄격할까
- 자기비판이 습관이 되는 마음의 구조 -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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